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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념 갈등의 심층…제18대 대통령선거전<8>
강기갑 대표가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 제명에 반대하는 구당권파 당원의 데모에 당혹해 하고 있다. (용산구 백범기념관, 7월25일)

겉보기 '종북'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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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이 안이한 'PD파'
빼앗기고 이용당해…부정행위에 징계조차 못해

'주체 사상파는 살아 남고 통합진보당은 죽었다'.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으로 논란 대상이 된 이석기씨, 김재연씨의 제명이 불발로 끝나 좌파계 지식인들을 한탄에 빠뜨린 통합진보당의 추태는 좌파 진영 내부의 기묘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 실로 흥미롭다.

동상이몽의 당

7월15일에 선출된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 등 신당권파는 "당의 개혁이 어려워졌다. 9월중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대중적인 새로운 진보정당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구당권파인 주사파(=NL파)가 완강히 눌러 앉아 지금 현재 당권을 쥔 파벌이 스스로가 신당을 결성하겠다는 것이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PD파와 NL파가 합쳐서는 나뉘고, 나뉘고는 합친 동상이몽의 정당이라 어찌 보면 또 다시 나뉘는 것도 필연이라 생각되지만 참으로 기괴한 현상이다.

실은 4년전에도 완전히 똑같은 일이 있었다. 이전 상황을 확인해 보자.

통합진보당(2011년12월 발족)은 민중당(1990년)→국민 승리 21(1997년)→민주노동당(2000년1월)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까지 모두 PD파가 결성 주체였다는 것이다.

사파가 '진보 정당'에 침투한 것은 1997년 대통령 선거 무렵, 즉 국민 승리 21의 시절부터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전개된 것은 민주노동당 결당후인 2001년9월 '군자산의 약속'으로 불리는 '9월 테제'를 채택하고 나서다. 테제를 집약한 슬로건에는 '광범위한 민족 민주 전선 정당의 건설로 자주적 민주 정부를 수립해 연방 통일 조국을 건설하자'고 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은 2000년4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 획득에 실패(비례 득표율 1.2%)하고 2002년12월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권영길 후보의 득표율은 3.9%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비례 득표율을 13%로 늘려 한꺼번에 10개 의석(지역구 2, 비례 8)을 획득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10명 중 NL파는 오직 1명뿐이었다. 그러나 주사파=NL파는 그 동안, 위장 전입, 집단 주소 이전, 대리 투표, 나아가 당기에 위배되는 지구당 결성과 흑색 선전(중상 모략)등의 수법을 제멋대로 써 지구당 등 각급 조직을 하나씩 수중에 넣었다.

2004년 9월 민주노동당 지도부 선거에서 주사파는 PD파의 심상정씨, 노회찬씨 등을 누르고 당권을 잡았다. 탈취에 성공한 것이다.

바뀔 것?

이 무렵 전후의 민주노동당 사정에 대해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 2008년2월4일호에 게재된 일문이 흥미롭다.동양대학 진중권 교수가 기고한 글로 '신동아' 5월호에 일부가 다시 실렸다.

"몇 년 전에 내가 당에 절대로 주사파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을 때, 민주노동당 내의 모 인사가 ‘그들도 언젠가 변할 것’이라며 주사파들과 나의 화해(?)의 자리를 주선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주사파는 내게 자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민주노동당 가입을 권유하는지 자랑을 했다. ‘동지, 김 주석이라면 이 상황에서 무엇을 했을 것 같소. 내 생각에 김 주석이라면 남조선 상황에서는 민주노동당을 했을 것이요.’ 도대체 이런 사람들하고 진보정당을 같이해야 한단 말인가?"

"종북주의자들이 온갖 편법으로 민주노동당의 조직을 장악해 들어와도 징계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이미 당시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그때 내가 탈당으로써 경고했던 일이 지금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운동을 해봤다는 사람들이 결국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인가? 이것도 이해가 안 간다. 이른바 평등파도 한때 망해가던 소련을 모델로 삼은 적이 있지만 동구의 몰락을 보고 생각을 바꾼 것처럼, 북한을 모델로 삼는 자주파도 언젠가 생각을 바꿀 것이다. 이게 많은 사람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는 주사파의 본질을 모르는 얘기다. 주사는 이성이 아니라 신앙의 문제. 어떤 경험적 증거, 어떤 정합적 논리, 어떤 상황적 변화를 들이대도 깨지지 않는 것이 신앙의 본질이다."

북한과 분명하게 선을 그어 온 PD파의 심정이 편했을리 없다. 피어오르는 당내 각축은 2006년10월에 적발된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정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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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신당의 결의 찾아볼 수 없어
수복이 불가능한데 야합… '언젠가 온 길' 고배 마셔

당국에 따르면 2002년1월에 결성된 일심회는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변함없이 한국의 주체 사상화를 목표로 하는 비밀 결사대다. 2007년12월13일 대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구성원 속에 민주노동당 중앙위원과 사무부 총장 2명이 있었다.

일심회는 북한 공작기관에 당원 300여명의 명부를 각자의 성향 분석을 더해 보고한 것 외에 민주노동당의 주요 인사의 지시까지 받고 있던 것으로 판명됐다.

예를 들어 2005년12월의 지령문은 우선 정책위원회 의장에 경기동부연합의 이용대씨를 지명하고 이어 당대표에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문성현씨를, 사무총장에 김창현( 민혁당 출신)씨를 추천챘다. 참고로 민주노동당은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위원장은 PD파 권영길씨였다.

이듬해 2006년1월 선거에서는 북한의 지시 대로 당대표에 문성현씨, 정책위의장에 이용대씨가 선출됐다. 단 사무총장은 김창현씨가 아니라 같은 계열의 김선동씨였다. 김창현씨에 대해서는 지령문에 '당을 단결시키는데 지장이 없으면'이라는 단서가 있어 '현지 재량권'이 행사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도 NL파에 의한 대규모 부정 선거가 문제시 되었다.

여물지 않는 전환책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치뤄진 제17대 대통령 선거(2007년12월19일)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번보다 0.9포인트 낮은 3%였다. 10개 의석 획득후 여론조사에서 한때 2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거품과 같이 사라진 것이다.

일심회 사건에서 중추 당원의 유죄 확정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자 PD파의 뇌회찬씨, 심상정씨 등이 당내 종북주의 청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종북이라는 말은 이 때 그들이 처음 사용했다. PD파의 중심 당원은 당시 '조선일보'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김일성 주의자들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옛 당정책위의장 주대환씨). '지금까지 당을 주도해 온 NL파는 북한에 추종해 북한식 사회주의에 의한 통일을 지상의 과제로 삼아 왔다. 이 기회에 민노당은 친북세력과 결별해야 한다'(조승수씨). 'NL파가 민노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한 민노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라 종북의 주체에 지나지 않는다'(진보신당 홍세화 대표)

당대표의 심상정씨는 종북에서 탈피하기 위해 일심회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중추 당원 2명을 제명하고 과거 운동권의 타성을 타파하고 대중적 진보정당 반대만이 아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책임 있는 야당으로의 전환을 호소했다.

그러나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두달 앞둔 2008년2월 임시당대회에서 심상정씨가 제시한 당 개혁안은 의안을 삭제토록 요구한 수정동의안이 역으로 발의되어 이에 출석 대의원 862명중 553명이 찬성해 부결됐다.

당내 입지를 잃은 심상정씨, 노회찬씨 등은 탈당해 같은 해 3월에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그 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에서 전멸하고 비례대표 득표율도 2.94%로 침체를 보여 의석을 확보하지 못 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PD파의 대량 탈퇴에도 불구하고 비례득표율이 지난 총선의 반 이하인 5·6%로 떨어지고도 5개 의석(지역구 2, 비례대표 3)을 확보했다. 진보신당 측은 완전히 패자가 된 것이다.

불과 4년만에

주사파가 이끄는 민주노동당과 결별한 심상정씨, 노회찬씨 등과의 알력은 수복이 불가능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1월에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위해 둘은 이미 공공연하고도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여곡절을 거쳐 양당은 9월25일에 통합진보당을 창당하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 전에 개최된 진보신당의 당대회(4일)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됐다.

심상정씨와 노회찬씨 등은 부결로부터 4일후 예정대로 통합연대(새로운 진보 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 연대)를 발족해 12월5일에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공식 선언하고 통합진보당을 발족시켰다. 그리고 지금 다시 당을 떠나 '대중적인 새로운 진보 정당'을 꾸미려고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시절은 일심회 사건, 통합진보당에서는 비례 대표 경선을 둘러싼 부정 사건. 발단이 달라도 불과 4년 사이에 완전히 똑같을 전철을 밟아 똑같이 고배를 마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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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진보'를 망치는 좌파
'주사파'에 온실 제공

"(혁명)운동을 했다는 자들이 결국 이렇게 될 것을 몰랐다는 것인가'. 이는 주사파의 위험성을 지적해 온 동양대 진중권 교수가 주도권을 빼앗긴 PD파 민주노동당 간부에게 내던진 말이다.

심상정씨(서울대)와 노회찬(고려대)씨는 학력을 속이는 이른바 '위장 취업'으로 노동 운동에 투신했다. 함께 20년을 넘게 활동한 이력이 있어 PD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간판 아래에서 만났다. 나아가 북한의 핵개발이나 3대 세습을 엄격하게 비판하고 종북 청산을 내걸어 왔다. 그런데도 왜 종북 입장을 고수하는 민주노동당에 양보해 통합을 우선시하는가.

여기서 일반적인 뜻에서 혁신(좌파)이 무엇인가 보수를 거울 삼아 확인해 두자.

영국 보수 당원의장 헤일샴은 보수주의에 대해 '지유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대에 좌우되지 않는 기능을 하는 것이어 인간 본성 자체가 마음속으로 항상 요청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보수는 개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점진적인 개혁'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역사가 쌓아 온 지혜, 과거·현재·미래의 관계를 중시한다. 합리성을 배격하는 원리주의와 폭력 혁명의 부정이 유일한 보수의 이념이며 그 이외 이념·이론을 지니지 않는다.

현실에서 여러 문제에 대응하고는 그때 그때 연대하는 세력과 이론이 바뀐다. 이는 결코 임기응변이 아니라 보수 본래의 특성인 융통무애(일정한 생각에 사로 잡히지 않고 어떠한 사태에도 유연하게 대응)의 현상이다.

보수와 반대극에 있는 혁신(좌파)은 인위적, 계획적이며 급진적인 개혁을 지향해 폭력 혁명마저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 여러 사회주의 국가를 탄생시켜 자본주의 제국과 각축 시대를 거쳐 매번 자괴하거나 개혁·개방으로 치달았다.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는 혁신(좌파)에 대한 보수의 승리를 바로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보수의 주된 요소인 인간 본연의 요구가 승리한 증거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오늘 아직도 혁신(좌파) 입장에서 민중을 동원하려고 하는 세력은 역사적 교훈을 감안한 이상을 수립해 이념·이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의 배제에 겁먹는 것은 자멸을 의미한다. 혁신(좌파)을 정리하는 것은 혁신(좌파)인 것인다.

이념이 없는 것인가

혁명을 주창하는 신세대 좌익이 등장한지 30여년이 지난 한국에서는 어떨까.

과학적 사회주의자를 자인하는 PD파야말로 사회주의 노선에서 완전히 벗어나 북한에 추종하며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PD파를 계속 이용하는 주사파를 철저히 배격해 마땅하다. 그러나 그들의 유력 지도자들은 스스로가 주사파에 아첨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사파를 기른 것은 역대 정권의 폐쇄적인 대북 정책'이라는 견해도 좌파 진영에는 있다. 책임을 전가해도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느슨한 정신 상태의 PD파를 포함한 좌파 운동권이 주사파에게 울타리 쳐진 온실을 제공해 왔던 것이다. 이래서는 건전한 혁신(진보)이 자랄 수 없다.

(2012-09-05 민단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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